[크라잉넛 :: 25주년 베스트앨범] 성숙해진 날라리 형들을 보는 오묘한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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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크라잉넛 :: 25주년 베스트앨범] 성숙해진 날라리 형들을 보는 오묘한 감정

 

 


안녕하세요. 깜봉남 입니다.

오늘은 한국 인디씬의 큰형님들. 조선펑크의 자존심 크라잉넛의 25주년 베스트앨범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크라잉넛은 대한민국 인디음악의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는 몇 안되는 대한민국 인디음악 1세대 밴드인데요.

흔히 1세대 펑크밴드 3대장으로 꼽히는
크라잉넛, 노브레인, 레이지본 중에서 레이지본이 2017년에 20주년 기념 앨범을 발매했었고
그 뒤를 이어 크라잉넛이 2020년에 25주년 앨범을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노브레인은 아직 기념앨범은 발매하지 않았지만, 꾸준히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비주류인 인디씬에서도 더욱 비주류인 펑크음악으로 현재까지 살아남아 열심히 활동중인 세 밴드 모두 정말 대단하고 자랑스럽습니다.




 

크라잉넛 25주년 베스트앨범

 


그럼 이번 앨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앨범커버는 크라잉넛의 지난 정규앨범의 아트워크들을 모아놓았는데요. 각 아트워크마다 원래의 아트워크와 다른점을 찾는 소소한 재미도 주었다고 합니다.

25주년 앨범 답게 크라잉넛의 지난 발자취들을 재미있게 돌아볼수 있게 만든 센스있는 커버인것 같습니다.

앨범의 곡수는 총 16트랙 입니다.

25년이나 음악을 해온 이들의 베스트앨범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요.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 16곡들이 단순히 예전 음원 그대로 들어가 있는 컴필레이션 앨범이 아니라 모든 음악들을 재녹음하여 수록했다는 점입니다.

크라잉넛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느끼며 감상하시면 더욱 의미있으리라 봅니다.


앨범의 곡들은 최대한 원곡의 느낌을 살리는 쪽으로 재녹음 되어 있습니다. 

 

리메이크, 재녹음 버전으로 발매된 음악들은 보통 뭔가 새로워야 한다는 압박에

곡의 느낌이 산으로 가거나, 원곡의 아우라를 뛰어넘지 못한 실망감에 원곡을 다시찾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크라잉넛은 최대한 원곡의 구성과 느낌을 살리는 영리한 시도를 하였습니다. 

 

수록곡들의 사운드는 정돈되어있고, 그들의 연주력은 그들이 음악을 해온 시간만큼이나 성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날 크라잉넛의 반항심 가득한 날것의 느낌은 사라졌습니다. 

 

말달리자의 경우가 특히 그러합니다. 

1집의 음원은 지금과 비교해보면 터무니없이 구린 사운드, 부족한 연주력인 날것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그 반항심과 패기넘치는 날것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충만합니다. 

 

세기말, 90년대의 대중들은 말달리자의 그 날것 느낌에 열광하였고

그 덕에 크라잉넛은 인디밴드로서 10만장이라는 메가히트, 브라보콘 광고음악, 불멸의 노래방 애창곡 등 성공을 거머쥘수 있게 되었습니다. 

 

크라잉넛의 멤버들은 모두 불혹이 넘었습니다. 그들의 음악은 여전히 패기넘치고 미쳐 날뛸때는 확실히 날뜁니다. 

그러나 크라잉넛이 20대에 보여주었던 그 폭발하는 날것 감성은 더 이상 현재의 크라잉넛에게서는 느낄수 없다는게 조금은 슬픕니다. 


그런데 이렇게 크라잉넛의 날것감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크라잉넛의 앨범이 3집 '하수연가' 인데요. 

말달리자 만큼이나, 혹은 말달리자 이상으로 노래방에서 꾸준히 인기 애창곡으로 불리며 최근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불렸던 '밤이 깊었네' 가 수록된 앨범입니다. 

 

저는 크라잉넛의 날것 감성은 이 앨범을 기점으로 정돈되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특히 저는 이 앨범의 마지막트랙인 '몰랐어' 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정제된 사운드, 일취월장한 연주력으로 무장한 크라잉넛의 3집 앨범의 결정체라고 생각되는 곡입니다. 

 

그런 크라잉넛의 3집을 가장 좋아하면서 뭔놈의 날것 타령이냐 라고 생각되겠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얻은 성숙함과, 미쳐날뛰는 청춘의 덜익음을 교환한 크라잉넛.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시간의 흐름을 체감해버린 저의 신세한탄 정도로 생각해주십시오 ^^;

 


어릴적 동네에서 똘끼 가득하기로 유명했던 형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함께 대화를 나누며 옛날 이야기를 함께 나눕니다.

 

함께 예전 무용담을 이야기하는 야생마같았던 그 형은 이제는 뭔가 여유가 가득해 보이는 모습입니다.

저는 이제 이 형에게서 어릴적 그 똘끼를 찾아볼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아직 이 형의 가슴속은 어릴적 청춘 그대로 뜨겁습니다. 

단지 그 뜨거운 가슴속에서 나오는 감정이 이제는 조금 더 철들고 정제된 언어와 행동으로 나올 뿐이었습니다. 

 

저는 어릴적 그 형의 똘끼를 좋아했었고, 함께하고 있는 여유있는 지금의 모습도 좋습니다. 

 

크라잉넛 25주년 베스트앨범에 대한 저의 감상평이었습니다. 

앨범발매와 함께 활발한 공연활동을 하신다면 좋았겠지만, 시국이 이러해서 안타깝습니다.

앞으로도 좋은음악하는 크라잉넛 기대하겠습니다. 

 

이상 글 마치겠습니다.